Project Description

우리 미감 크리스마스

지천을 붉게 물들이던 단풍은 모두 지고 어느덧 자연이 숨을 고르는 겨울이 왔다.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는 한국 작가의 소반과 식기만으로 차린

특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개최했다. 우리의 것으로 재해석한 크리스마스 파티는

어느 때 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03

↑ 양병용 작가의 소반을 갤러리 중앙에 액자 형태로 놓아 좌식 공간을 만들고, 붉은색 낙상홍을 곳곳에 놓아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을 한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 좌식 공간 너머 벽면에 걸려 있는 구자현 작가의 붉은색 목판화 작품 역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반짝이는 오너먼트를 달고, 방문에 크리스마스 리스를 걸며 온 가족이 모여 커다란 칠면조 요리를 먹는 것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서양식 의식과도 같다. 하지만 도예를 중심으로 한국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해온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 대표는 우리 미감으로 해석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했다. 파티라고 서구적인 것으로 요란하게 치장할 필요는 없다. 한국 작가 특유의 고요한 빛깔과 정갈한 형태의 작품만으로도 얼마든지 멋스럽고 화사한 파티를 연출할 수 있다.

04

↑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을 파티에 자연스럽게 머물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제철 식재료로 만든 모던 한식과 샴페인으로 파티는 흥겹게 무르익었다.

어둠이 짙게 내리던 어느 겨울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갤러리에 들어서니 공간은 온통 붉은빛으로 충만하게 감돌았다. 조은숙 대표는 양병용 작가의 검박한 소반과 이세용 작가의 흰색 도자 식기만으로 파티를 차렸다. 그리고 테이블과 소반 위, 캔들 홀더 등에 탱클탱글한 빨간 열매가 달린 낙상홍을 놓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그 흔한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세우지 않고 우리의 소반과 식기만을 사용하는 대신 빨간 낙상홍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렸어요. 기다란 테이블 위에 낙상홍 가지를 세로로 길게 연결해놓았고, 중간에 빨간 초 몇 개만 심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세팅만으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살더군요.” 조은숙 대표는 양병용 작가의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의 소반을 갤러리 중앙에 액자 형태로 놓아 좌식 공간을 만들고, 각 테이블 위에는 냅킨과 놋수저, 그리고 그 위에 가느다란 낙상홍 가지를 올려놓아 세팅을 마무리했다. 좌식 공간의 한쪽 끝에는 집 모양의 커다란 구조물을 설치해놓았는데, 뼈대 외의 벽면을 하얀색 리넨과 한지로 처리한 이곳에 소반을 몇 점 더 놓아 또 다른 느낌의 좌식 공간으로 연출했다. 갤러리 벽면에는 소반을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올려 우리 식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했으며, 한쪽 벽면에는 구자현 작가의 붉은색 대형 목판화 작품을 걸어놓았다. 크리스마스 장식품 하나 사용하지 않고, 차분하고 정적이어서 더욱 고상한 크리스마스 파티 풍경이었다.

05

↑ 집 모양의 구조물 안에 또 하나의 좌식 공간을 연출한 모습이 서정적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갤러리에 도착하기 시작하니 조은숙 대표는 웰컴 드링크로 연잎차와 샴페인을 권하며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갤러리 한켠에는 파티 음식을 뷔페식으로 차려놓았다. 들깨 부각을 비롯하여 대추 더덕 수삼튀김, 배 샐러드 등의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인 사태 수육과 고추기름 야채 샐러드, 치즈와 무화과, 말린 고구마 플레이트 등 모던한 한식 요리가 주를 이루었다. “파티 음식은 겉모습이 화려하기보다 재료가 좋아야 해요. 본연의 맛이 좋아야 음식이 자연스럽게 맛있죠. 오늘 준비한 들깨 부각은 딱 지금 시즌만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음식이에요. 대추 더덕 수삼튀김은 또 얼마나 건강한 음식인지 몰라요.”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를 샴페인과 함께 자유롭게 즐기고 난 즈음, 조은숙 대표는 사람들을 좌식 공간으로 안내했다. 곧이어 각자의 소반에 3첩반상의 식사를 내왔는데,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된장찌개와 더덕 고추장무침, 우엉 겉절이, 북어 보푸라기 등이 함께 제공된 식사는 단아하면서도 수수한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그리고 밥 한 공기를 비우고 나니 온몸에 찾아드는 안온함. 작가의 단정한 소반에 정갈한 한식을 차려 먹는 흔치 않은 크리스마스 파티, 겨울의 정담은 끊이지 않았다.

06

도예를 중심으로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식기를 구비하고 있는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 알록달록하게 옻칠한 박미경 작가의 식기.
아래 왼쪽 소박하고 절제된 미감의 양병용 작가 소반. 작가는 살구나무, 벚나무 등 한국 수종을 주로 사용하여 소재의 자연적인 멋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아래 오른쪽 파르메지아노 레지아노와 무화과, 말린 고구마 플레이트. 샴페인과 잘 어울리는 건강한 차림이다.

07

↑ 흔한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세우지 않고 분위기를 살린 크리스마스 파티로 2013년의 마지막 달을 뜻깊게 보냈다.

한국식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하기
요리
– 식전주 : 뵈브 클리코 샴페인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및 무화과, 말린 고구마 플레이트
– 애피타이저 : 들깨 부각, 대추 더덕 수삼튀김
– 메인 요리 : 사태 수육과 고추기름 야채 샐러드 식사 된장찌개와 3첩반상(북어 보푸라기, 더덕 고추장 무침, 우엉 겉절이)
– 디저트 : 우엉차와 약과 음료 연잎차 및 레드 와인, 샴페인

식기
양병용 작가의 소반과 이세용 작가의 화이트 도자 식기. 직사각형, 원형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소반은 곱게 옻칠한 모양이 검박하고 수수하다. 이세용 작가의 커다란 합은 뷔페를 차릴 때 유용하며, 단아한 찬기와 국그릇, 밥그릇 등으로 진지를 차리면 소반과도 잘 어울린다.

테이블 스타일링
뷔페 요리와 디저트를 먹을 때 사용한 기다란 테이블 위에는 낙상홍 가지를 세로로 길게 놓고 빨간색 초를 곳곳에 놓아 센터피스를 만들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소반으로 1인용 진짓상을 차렸는데, 소반 위에는 화이트 냅킨과 놋수저를 정갈하게 세팅하고 그 위에 가느다란 낙상홍 가지를 올려놓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렸다.

08

에디터 송정림ㅣ포토그래퍼 김도원(원더보이 스튜디오)

 

※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