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골계미의 발현

우관호

이정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함의는 무엇인가?

작가의 말을 인용해 보자.

“우물에 비쳐진 달 그림자와 달빛의 이미지를 정사각형 원형 등의 가장 단순한 도형과 도형의 만남 즉 원통안의 원 . 정사각형안의 원…등의 오브제로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기하형에는 다양한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정방형이든 원이든 삼각형이든, 굳이 조형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도구라는 뜻이다. 이정미는 달 그림자라는 구체적 형상과 달빛이라는 천변만화의 이미지를 조형화하고 청색의 유약으로 “물오른 달빛”을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결국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정미는 달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자신의 감성과 사물에 대한 관점을 기하형과 청색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정미는 한가지 방향에만 집착하지 않고 기하형에 대한 인식을 변화발전시키고자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련의 기하형 작품들은 “달”의 보편적 이미지에서 진화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추상적 오브제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회 출품작들에는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예고편도 함께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주형, 정방형의 합 위에 날아 앉은 것 들은 작가의 말대로 작업장에 찾아 드는 크고 작은 새들이다. 물론 새들이 앉아 있는 것들은 이정미가 꾸준히 탐구하여 온 단정한 기하형들이다. 그럼에도 그 위에 새들은 앉힌 것은 앞으로의 작품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시적 제스츄어가 아닐까?

더욱이 그 새들은 그 동안 이정미가 천착하여 온 기하형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기하형은 고유의 질서와 방법에 의해 구성된다. 그런 훈련을 거듭해 온 작가라면 새들을 전부 관찰하고 특징을 파악하여 종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함이 정상이다. 그러나 각각의 새들은 기하학적 질서와 구조는 커녕 자유로움과 유모어를 느끼게 한다. 전형적인 새에서 볼 수 없는 원무늬와 줄무늬 그리고 굵직한 다리 등은 등은 새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한꺼번에 버리게 하고 존재 자체 만으로 미소 짓게 하는 조형적 성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정미의 작품이 가진 함의는 자연이 가진 골계미의 발현이다. 과거의 작품들이 기하학적 질서를 중시한 견고한 조형이었다면 이번의 작품들은 기하형에 서정성을 이입하고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기쁨 그리고 유모어를 발굴하는데 주력하였다고 판단된다.